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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무니없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 자기 분수에 맞는 삶이 있는 법이다. 그릇이 작은 사람이 과분한 것을 누리며 살 수는 없다. 인생이란 건 밸런스니까,

과한 행복을 누리며 살다보면 언젠가는 그만큼의 업보를 치르기 마련이다. 그것이 곧 마츠노 이치마츠라는 남자가 평생을 고수해 온 인생관이었다. 오랫동안 봤음에도 따르지 않던 길고양이가 처음  쓰다듬도록 허락해준 날에는 발목을 삐었다. 운 좋게 무언가에 당첨되면 귀갓길에 소나기가 왔다. 아니면 동전을 잃어버리거나. 오랜 기간 고생하며 준비한, 그토록 염원하던 직장에 합격한 날에는, 자전거를 도둑맞았지. 대체로 비율이 맞는 인생의 행운과 불행들. 덕분에 그는 언제나 큰 행복을 경계하며 살아왔다.

 커다란 불행을 불러들일 계기조차 없는 평탄하고 밋밋한 인생의 현상유지. 누군가는 재미없는 인생이라 매도할지 몰라도 그에게는 가장 편하고 안정적인 인생이었다. 더 과한 욕심을 낼 생각도 없이 살아왔다. 그래왔는데. 한동안 저도 모르게 긴장의 끈을 늦추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백야드로 향하던 발걸음을 무심코 멈춰 세운 그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고개를 슬쩍 들자 마주친 당찬 미소에 쨍쨍한 하늘이라도 올려다본 듯 미간을 찌푸린 그의 앞에 있는 것은 커다란 전면광고였다. 곧은 시선을 보내오는 광고 속의 인물은 아카츠카 에어라인의 조종사 정복을 입고 있다. 반듯이 뻗은 등줄기와 보기 좋게 벌어진 어깨에 그림같이 어울리는 제복. 눈부신 금실 자수, 그 보다도 더 눈부신 미소. 꼬리날개를 붉게 수놓은 항공기와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사진 속의 인물은 누구나 한 번쯤 돌아볼만 한 모습을 한 남자였다. 조각 같은 미남은 아니지만 호감을 주는 외모는 뭇 여자라면 한 번쯤 흥미를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실제로 그러하다. 그는 그 사실을, 사진 속의 남자를 잘 알고 있었다.

 마츠노 카라마츠, 방년 29세. 아카츠카 에어라인의 국제선 부조종사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 칼 같은 규정이 요구하는 규정 덕에 어디 가서도 절대 꿇리지 않을 훤칠한 키와 균형 잡힌 몸매를 가졌고, 사람을 가리지 않는 둥근 성격 덕분에 주변에 사람이 끊이지 않는 전형적인 사교적 인물. 사진으로야 알 수 없겠지만 상쾌하게 기내방송을 읊는 목소리는 또 어떤지. 기분 좋은 저음과 위트 있는(그는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평이지만) 멘트는 국제선을 이용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알려져 있는 아카츠카 에어라인의 명물이라는 얘기도 있다. 조각 같은 미남은 아니지만 평균 이상은 하는 외모에, 잘 나가는 직업, 결혼 적령기의 나이. 흔히 말하는 최고의 매물이다. 안타깝게도 품절됐지만. 광고 속의 남자의 약지에서 빛나는 것은 틀림없이 결혼반지다. 같은 것이 지금 그의 약지에도 걸려있다.

 카라마츠는 취향이나 생각이 조금 특이한 구석이 있는 남자기는 하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부분까지는 잘 모를 터다. 그렇다고 타인에게 굳이 알려줄 생각도 없지만. 이런 잘난 남자의 일부를 혼자만 알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꽤 달콤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슬슬 소름이 돋는 기분 좋은 독점욕. 하지만, 인생은 밸런스. 달콤함에는 씁쓸함이 따르는 법.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것이 우주의 법칙. 너무 오랫동안 이 사소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를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분수에 맞는 인생이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야 할 배우자의 사진 앞에서도 입술을 비집은 한숨이 선명하다.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끝을 말아 쥔 그는 곧 걸음을 다시 재촉했다. 어깨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기분 탓이다.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마츠노라는 명찰이 붙은 캐비닛을 닫기 전 마지막으로 벗는 것은 넷째 손가락을 감싼 은빛 링이다. 고작 2년이 지난 것 치고 자잘한 상처가 많은 건 그의 손이 거친 일을 하는 탓이었다. 장갑을 껴도 생기는 흠집 탓에 일을 할 때 빼두기 시작한지 조금 되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놓았을 검지와 엄지 사이에 잡힌 그것이 오늘 따라 시선을 붙잡는 기분이 들어서 선뜻 내려놓지를 못했다. 손가락 끝에서 살짝 구르는 미지근한 온도가 이상하게 어색했다. K to I. 엷게 새겨진 안쪽의 문구를 찬찬히 훑으면 닦아 관리하는 것을 잊어버려 슬쩍 탁해진 빛이 반짝인다. 비슷한 문구가 새겨진 한 쌍의 것을 떠올리며 반쯤 뜬 눈을 느른하게 깜빡인 이치마츠는 조심스럽게 한 구석에 반지를 내려두었다. 캐비닛의 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닫혔다.

*

 국제선 조종사와 3교대를 하는 항공기 정비사라는 조합은 어쩌면 최악일지도 모른다. 어느 부분에서 그러하냐 하면, 역시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부분에서일까. 사람의 마음이라는 건 참으로 간사하다. 서로의 직업이 아니었더라면 만나지도 못했겠지만, 동시에 함께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도 같은 존재라는 것에 고통 받는 것도 그 탓이다. 어스름한 천장을 올려다보며 이치마츠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눕기에는 너무 넓은 침대에 몸을 뉘인 날들 중에는 두 사람의 체온으로 덥힌 날보다 한 사람의 체온에 어깨를 떤 날이 더 많다. 뒤척인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서늘함이 열어둔 창문 탓인지, 서러운 마음 탓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장거리 국제선을 담당하는 카라마츠는 한 번 비행을 나가면 길면 일주일이 넘어서야 돌아오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귀국 후 며칠 정도는 일본에 머무르지만, 그렇다고 출근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런 일정이나마 한 쪽만 평범한 스케줄을 가졌다면 절망적이지는 않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이치마츠의 스케줄조차 그다지 건강하지 못했다. 24시간 불이 꺼지는 법이 없는 공항의 격납고는 밤과 낮의 경계가 희미하다. 카라마츠가 비행에서 돌아오는 날의 이치마츠의 일정은 대체로 둘 중 하나였다. 제 몸의 한계를 시험하는 밤 근무를 마치고 수마에 몸을 맡겼거나, 피곤에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고 하늘을 나는 쇳덩이와 고군분투 하고 있거나. 연애 시절에는 대체 어떻게 버텼더라. 고작 2년 전인데, 벌써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문득, 아침에 배웅한 카라마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다시 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던 등. 허리를 곧게 편 그 모습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당당했지만 어딘가 냉정했던 것도 같다. 그 녀석, 원래 그렇게 매정하게 떠났던가? 원래 한 번쯤은 돌아봐 주지 않았던가. 미련이 가득 붙은 발걸음을 억지로 돌려 등을 떠밀던 날도 분명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마지막으로 그래본 것이 언제였더라.

 몸을 돌려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 쪽을 보았다. 어둠에 잠겨 형체도 희미한 화면을 켜봤자 밋밋한 잠금 화면만이 뜰 뿐이었다. 컴컴한 주변에 익숙해진 눈에는 따가운 빛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메신저를 켜보았지만, 가장 위에 자리한 대화의 마지막 메시지는 몇 시간 전에 제가 답장한 것이 다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을 끝마치고 난 날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꼭 전화를 걸어왔었는데. 혹시, 잊어버렸을까. 저번 비행 때는……. 기억을 더듬으려는 순간 그는 덜컥 사고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조작하지 않은 채 내버려둔 화면은 이내 까맣게 점멸하고, 희미하게 밝혀졌던 방 안도 다시 어둠에 잠겼다. 눈이 시리도록 깜빡이는 것도 잊은 채 이치마츠는 끊어질듯 작은 숨을 삼켰다. 스멀스멀 드는 생각은 불안을 먹고 자라는 괴물임이 틀림없는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쉽사리 뿌리칠 수가 없다. 2년이라는 시간은 참 애매모호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진부하기 짝이 없는 말이 참으로 잘 어울리는 그것. 우리는 2년간 함께 어떻게 살아왔더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 맺은 관계였는데,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너에게는 그렇지 못한 시간이었을까.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거지같은 말은 절대로 믿고 싶지 않았었다. 역시 내 인생에 과분한 존재였을까. 인생은 밸런스니까.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었을 사람과 함께 할 기회를 얻었었으니, 이제는 그 업보를 치룰 때가 됐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원래 제 몫이 아니었을 수도. 본래 가질 것이 아니니 다시 돌려줘야 하는 거다. 불공평한데, 불공평하다고 따질 수가 없다.

 손바닥이 가린 눈앞은 천장보다도 더 컴컴했다. 눈꺼풀 안에 가시가 자리한 듯 따갑게 쏘이는 느낌이 들었다.

 돌아보지 않던 뒷모습이 아른거리는 손바닥이 살짝 젖어든 것은 틀림없는 착각이다. 역시,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

 마음이 가볍거나 무겁거나, 고민이 있거나 없거나, 외로움이 사무치거나 말거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심지어 빠르게 흐른다. 카라마츠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돌아온 지 삼일이 지났다. 국내에 머무르는 기간에도 출근은 해야 하는 카라마츠가 모처럼 연차를 낸 덕에 함께 마주한 아침상에서, 카라마츠는 단 한 번도 시선을 들지 않았다. 흘끔거리는 시선조차 느끼지 못한 모양인지 내리깐 눈동자가 침착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함께 하는 시간인데, 일어난 후 나눈 대화다운 대화라고는 아침인사 뿐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대화가 없었던가?

 

 둘의 관계에서 주로 입을 여는 것은 카라마츠였다. 이치마츠가 원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카라마츠는 원체 말 하는 것을 좋아했다. 일 얘기, 동료 얘기, 머나먼 이국에서 만난 사람 얘기. 둘이서 만들고 싶은 미래 얘기. 사랑. 진심. 가끔은 귀찮을지언정 싫지는 않았다. 되려 좋아했다는 쪽이 더 옳을 것이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잣는 것들을 듣고 가끔 맞장구 쳐주는 것도 소소한 행복이라면 행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머그컵에 든 커피를 삼키는 입술이 말을 걸 기미는 없어보였다.

 “이치마츠,”

 현관문을 열기 전 구겨 신은 운동화의 뒤축을 끄집어내던 그의 어깨를 움츠리게 만든 것은, 아침 내내 그렇게나 기다리던 카라마츠의 목소리였다. 시선이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기를 바라면서 고개를 들면 한결같이 올곧은 눈빛을 한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 저녁에 돌아오면, 할 얘기가 있으니까.”

 그는 자신이 웃을 때 눈꼬리가 살풋 접히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치마츠는 그의 그런 웃는 표정을 좋아했다. 더 많이 웃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왜 그 미소가 멀게 느껴질까? 일찍 돌아오라는 상냥한 목소리에 깔깔한 목구멍 너머로 마른침을 간신히 삼킨 이치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내가 왜 여기에 앉아있는가? 창가 좌석에 앉아 기내 면세품 광고 책자를 펼쳐들고, 마츠노 이치마츠는 생각했다. 안전벨트를 착용해달라는 안내등이 방금 꺼진 것을 보면 그가 몸을 실은 항공기가 막 안정적인 기류를 타게 된 모양이었다. 창문 너머로 저 아래 구름층이 흘러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음료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캐빈 크루의 상냥한 음성에 덜컥 정신이 든 그는 책자를 제자리에 돌려놓고 사과 주스가 담긴 컵을 건네받았다. 컵 가장자리에 입을 대고 혀끝에 퍼지는 사과의 향긋한 단맛을 느끼며, 그는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가 왜 여기에 앉아있는가?

 이 상황의 시발점은 2주일 전의 그 날이었다. 카라마츠가 그가 저녁에 돌아오면 할 이야기가 있다고 말한 날. 알 수 없는, 아니, 스스로 구체적으로 이유를 만들고 있는 불안감에 돌아오는 내내 손톱을 물어뜯고 만 그의 눈앞에 카라마츠가 내민 것은 왕복이 예약되어 있는 항공권의 인쇄물이었다. 이 날짜에 휴가를 내달라는 요청을 들어주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목적은 묻지 말고 따라와 달라는 부탁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어째서 카라마츠가 그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인지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어서 난감했을 뿐. 더군다나 본인이 부기장으로 날리는 항공편에 그를, 굳이. 이벤트성을 사랑하는 카라마츠의 취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늘 만큼은 이해가 어려웠다. 평소라면 그냥 받아들였을지 몰라도, 요즈음의 이치마츠로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진지하기 짝이 없는 카라마츠의 표정도 그의 불안을 부채질하기에 모자람이 없기도 했다.

 그보다 몇 시간이나 먼저 집을 나서던 카라마츠의 묘한 표정이 자꾸 떠올라 수속을 밟고 비행기에 오른 지금까지도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 아, 이 심란함 탓일지도. 1년 전의 그라면 이런 심란한 마음으로 콕핏에 카라마츠가 있는 비행기를 타지는 않았을 터다. 그야 그렇겠지. 당시엔 행복의 한 가운데 빠져있는 새신랑이었을 뿐이다. 코끝이 톡 쏘는 감각에 이치마츠는 작게 코를 훌쩍였다. 근 2주간, 그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갖은 애를 써야만 했다. 카라마츠가 운행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본 것은 난생 처음이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래야 떨칠 수가 없어서, 당장 어제만 해도 잠을 설쳤다. 덕분에 살짝 뻑뻑한 눈을 억지로 깜빡이며, 긴장한 몸을 좌석에 묻으려는 순간이었다.

 「굿-모닝, 레이디스 앤 젠틀맨! 저는 야시로 기장과 함께 여러분을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으로 모실 부기장 마츠노입니다. 오늘도 저희 아카츠카 에어라인을 이용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익숙하지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무심코 등줄기를 바짝 세우고 말았다. 쾌활하지만 부드럽게 낮은 음성이 다른 사람의 것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지. 이름을 말하지 않았더라도 바로 알아들을만한 카라마츠의 목소리. 몇 시간 후의 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나를 여기 앉혔을까.

 

 「이 비행기는 일본 나리타에서 이탈리아의 로마까지 가는 아카츠카 에어라인 422편입니다.」

 부기장인 카라마츠의 기내방송이 아카츠카 에어라인의 캐빈 크루와 국제선 이용객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것 정도는 소문에 다소 어두운 편인 이치마츠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기장의 기내방송은 아주 드문 일임에도 그의 멘트는 자연스럽고 유창했다. 비행 소요시간과 날씨 따위를 안내하는 목소리는 상냥하고 부드러웠고, 그래서 원망스러웠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를 여기에 태웠을까. 등받이에 몸을 가라앉히고 멍하니 금연 표시등을 올려다보던 그를 퍼득 일으킨 것은 막힘없이 흐르는 카라마츠의 목소리였다.

 

 「설레는 여행을 위해, 그리운 친지를 만나기 위해, 여러 목적을 가진 승객 여러분을 모시고 가는 본 비행은, 특별히 제 늦어버린 허니문을 위한 비행이기도 합니다. 승객 여러분과 사랑하는 제 달링을 안전히 모시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괜찮으세요?”

 

 부기장의 갑작스러운 멘트에 승객들이 웅성거리는 틈으로 들려오는 옆 승객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그는 얼굴을 가린 채 간신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츠노 카라마츠, 정말 미쳤지. 귀 끝까지 열이 오른 감각에도 불구하고, 그는 꿈틀거리는 입 꼬리를 차마 주체 할 수가 없었다.

 「저희 아카츠카 에어라인과 함꼐 즐거운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아, 역시, 터무니없는 사람과 결혼했다고 생각한다.

 

END

2019년 4월 2일 공개

​주최자: 차남생각부랄떨려(@42__UnU) 그림: Gattina(@Gattina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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